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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제5편)20250221
다섯번째 장편소설인 《희랍어 시간》은 그 질문에 서 다시 더 나아간다. 우리가 정말로 이 세계에서 살아나가야 한다면, 어떤 지점에서 그것이 가능한 가? 말을 잃은 여자와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는 각자의 침묵과 어둠 속에서 고독하게 나아가 다가 서로를 발견한다.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촉각적 순간들에 집중하고 싶었다. 침묵과 어둠 속에서, 손톱을 바싹 깎은 여자의 손이 남자의 손 바닥에 몇 개의 단어를 쓰는 장면을 향해 이 소설 은 느린 속력으로 전진한다. 영원처럼 부풀어오르 는 순간의 빛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신의 연한 부분을 보여준다.
이 소설을 쓰며 나는 묻고 싶었다. 인간의 가장 연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- 그 부인할 수 없는 온기를 어루만지는 것- 그것으로 우리는 마침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,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계 가운데에서?
그 질문의 끝에서 나는 다음의 소설을 상상했다. 《희랍어 시간》을 출간한 후 찾아온 2012년의 봄 이었다. 빛과 따스함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 가는 소설을 쓰겠다고 나는 생각했다. 마침내 삶을, 세계를 끌어안는 그 소설을 눈부시게 투명한 감각들로 충전하겠다고. 제목을 짓고 앞의 20 페이지 정도까지 쓰다 멈춘 것은, 그 소설을 쓸 수 없게 하는 무엇인가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.
그 시점까지 나는 광주에 대해 쓰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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